[고전 1문단] 차라리 배우지 않을지언정 -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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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자헌씨의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 137-141p의 내용을 읽었다. 글의 제목은 차라리 배우지 않을지언정이다. 저자는 한문을 아주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고전번역원 연수원에 입학했는데, 부모님의 지인이 부원장님과 아는 사이라서 이름이 먼저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실력은 쉽게 쌓이지 않으니, 일주일에 4일, 4과목, 한문 원문으로 수업마다 12-15페이지를 달리는 일정을 견뎌 중간고사를 맞이했고, 상상할 수 있는 성적을 맞이했다. 연수원 전체 야유회에 가서 인사를 드릴까 말까 하다가 인사를 드렸고, 거기에서 시작했다. 교무처 아가씨는 제일 먼저 뛰쳐나갈거라 생각했지만, 그만큼 성적이 어마어마했지만, 저자는 그 기수 중에서 유일하게 한문에 끝까지 남은 단 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140페이지에 다음의 중용의 구절이 나온다.


차라리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우기 시작했거든 제대로 배워내지 못했다면 놔버리지 말고, 차라리 묻지 않을지언정  묻기 시작했거든 알게 되지 않았다면 놔버리지 말며, 차라리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생각하기 시작했거든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면 놔버리지 말고, 차라리 분변하지 않을지언정 분변하기 시작했거든 분명하게 분변해내지 못했다면 놔버리지 말며, 차라리 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하기 시작했거든 마음을 다해 진실하게 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놔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남이 한 번에 해내거든 나는 백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해내거든 나는 천 번을 할 것이다.

  


 有弗學 學之 弗能弗措也 有弗問 問之 弗知弗措也 有弗思 思之 弗得弗措也 有弗辨 辨之 弗明弗措也 有弗行 行之 弗篤弗措也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유불학 학지 불능불조야 유불문 문지 부지불조야 유불사 사지 부득불조야 유불변 변지 불명불조야 유불행 행지 불독불조야 인일능지 기백지 인십능지 기천지


  이 글보다 저자가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중용의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행간에 있는 시간을 읽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긴 시간 속에 있는 이야기다. 단거리로 매순간을 1등하면서 장거리로 1등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거리 경주로 힘빼지 않아도 계속 그 길에 서 있다 보면 나 혼자 '아하' 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추억이 생기는 것 같다. '늘 열심히 하지는 말자. 그리고 떠나지도 말자'는 저자의 다짐과 '쉼 속에 내일이 있다'는 말에 모두 동의한다.


  슬럼프이다. 매일이 초조하다. 애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데, 뭔가 하지 않으면 하루를 그냥 허비한 느낌이 든다. 책을 다시 읽으며, 역시 난 단거리 승부보다는 장거리 승부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어차피 내딛은 길,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포기도 하지 말자. 나에게 맞는 인연이 올때까지, 지치지도 말고, 큰 기대도 말고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자. 글을 빌려 나에게 주는 격려이다. 지치지 말자. 

  45개의 글이 책에 있다. 아직 44번 도움을 얻을 기회가 있구나. 적어도 이 글을 하나씩 소개할 때까진 지치지 말아야지. 저자가 읽었던 중용의 문구를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일단 시작했으면, 오랜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다는 나만의 해석으로 다시 책의 구절을 음미했다. 어리석은 자가 한 걸음씩 내딛는 묵묵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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